환경(E) 영역과 기업경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문제가 ESG투자 를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2000년대 들어 기후 및 환경 변화가 야기하는 금융 위험의 문제가 ESG투자를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는 듯 보인다. 2015년 G20은 금융안전이사회(FSB)에 기후 관련 과제에 대해 금융 분야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 위한 민관 관계자 소집을 요청한 바 있으며, 2015년에는 유엔에서 150개 이상 회원국 정상이 참여한 가운데 인간, 지구와 번영을 위한 행동 계획으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채택되었다(김용진, 2021, pp. 93-95). 이는 곧 최근에 ESG투자의 확대가 상당부분 환경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시사한다.
ESG투자의 확산은 기업으로 하여금 사회·환경적 가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도록 유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결과적으로 ESG 관련 투자를 더욱 확대하는 요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른바 지구 온난화로 불리는 기후 변화 문제에다 코로나 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人獸共通感染病)의 위기까지 겹치면서 SRI의 필요성이나 이와 관련된 ESG 관련 투자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따른 경제침체 상황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자금조달 수단으로서 ESG채권이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항바이러스 사무환경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문제될 수 있는 다양한 사회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한 기술투자 및 인적자본 축적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금융연구원, 2020).
(1) 녹색채권
이와 같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원칙 중시의 투자 성향이 강화됨과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녹색채권(green bond) 시장으로 자금유입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종종 그리니엄(greenium) 현상 또한 나타나고 있다. 그리니엄은 그린(green)과 프리미엄(premium)의 합성어로서, 녹색채권 차입비용과 전통적인 일반채권 차입비용 간의 격차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것은 녹색채권의 차입금리가 전통적인 일반채권의 차입금리를 하회하는 현상을 지칭하는데, 향후 중장기적인 사회적 후생의 극대화 관점에서 투자자들의 ESG 경영원칙 선호도 및 수용성이 높아질 경우 그리니엄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금융연구원, 2021).
물론 녹색채권의 경우 '녹색'으로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모두 녹색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아니다. 녹색채권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을 친환경 분야에 사용하지 않는 '그린워싱(greenwashing)' 현상이 종종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린워싱의 경우, 공시규제 위반의 책임을 부담하거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의 리스크가 발생하므로 이것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해외의 경우, EU를 중심으로 환경 문제 대응을 위해 소요되는 투자에 민간 자금의 유입을 유도하고 동시에 금융의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상품에 ‘녹색’ 표지를 부여하는, 이른바 ‘녹색금융 표지제도’(Green Finance Labelling)가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장인봉, 2020, pp. 94-95). 이와 관련해서, EU는 기업의 ESG 정보공개 강화 및 정교화를 위해 2020년 11월에 세계 최초로 녹색 분류법, 소위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규정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규정은 EU 회원국 경제주체들에게 지속가능 경제활동에 대한 명확한 분류체계를 제시하여 역내 지속가능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ESG투자 시장에서 투명성을 제고하여 그린워싱 등의 문제로부터 투자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린 택소노미 규정에 대해 EU 회원국 내부에서조차 종종 반발이 제기되는 상황이다(김용진, 2021, pp. 229-230).
물론 ESG투자의 확대가 금융 부문이나 기업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E, S, G영역이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GSIA는 글로벌 차원에서 지속가능투자(sustainable investing) 혹은 ESG투자 에 폭넓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크게 4가지 요인을 제시했는데, 파리협정(Paris Agreement),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TCFD, UNEP FI(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 Finance Initiative,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 등이 그것이다(GSIA, 2021, p. 13). 여기서 파리협정이나 UNEP FI는 주로 환경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SDGs나 TCFD는 환경문제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SDGs는 환경문제 외에, 인류의 보편적 문제, 경제 사회문제 등 등 17개 주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TCFD 또한 예외가 아니다. TCFD의 권고안은 ▲지배구조 ▲경영전략 ▲위험관리 ▲지표‧목표 설정이라는 틀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기구의 출발은 기후변화 관련 금융 정보의 공개 문제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뿌리는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한다면, TCFD는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가 기업 경영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이것이 다시 금융 부분에는 어떠한 영향으로 이어지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에서 등장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